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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촌년

노마드 Min 2018. 1. 8. 03:15



학창시절부터 나는 '서울촌년'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.

새로운곳에 가거나, 조금만 신기한걸 구경하면 너무나 신나하고 신기해하며,

툭하면 입을 쩍 벌리고

"와아.....!"

하고 놀라거나 감탄했기 때문이었다.




10대엔 '서울촌년'이란 말을 들을때면,

"신기하니까 그렇지!", "야, 이거봐. 멋있잖아~", "구래! 나 서울촌년이다ㅋㅋ"

이렇게 내 감정에 솔직하게 대응했고, 그런 말에 게의치않아 했었다.


그러나 20대가 되고나니 똑같은 그 '서울촌년'이라는 말이 점점 다르게 와 닿기 시작했다.

나에게 그런말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10대때의 친구들의 마음과 달랐던 것인지, 아니면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점점 다르게 받아들였던 것인지, 잘은 모르겠으나..

여하튼 나는 그들의 말투, 감정이 10대 때 학급친구들의 그 말과 다르게 느꼈다.


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런 내 모습을 점점 부끄러워하게 되었다.

그러다보니 점점

작은 것에 감동을 받던 나도,

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던 나도,

여러 나의 모습들을 내 안의 어딘가에 깊숙이, 꽁꽁 가둬놓았나보다.




얼마전 친구와 통화로 일상을 공유하던 중, "야, 그거 감동이다."라는 얘기를 하다가 문득,

내 안에 갇혀있던 나의 모습들을 발견하게 되었다.


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, 갑자기 이런 내가 안타까웠다.

그간 내가 행복하지않다고 느꼈던 일상의 일들이, 내가 행복하지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왔기 때문이었던 것이다.


너무나도 어리석었던 20대의 나는

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이 혹여나 타인에게 어른스럽지않게 보일까봐, 혹은 가벼운 사람처럼 보일까봐,

또는 왜 착한척하냐, 순수한척하냐는 타인의 농담섞인 말들 때문에,

남들 눈에 내가 그렇게 비춰지지 않기위해, 그런 어리석은 이유들로 내 행복을 가두려했나보다.


사실 남들은 날 딱히 신경쓰지도 않을 뿐더러, 날 그렇게 보는 이들은 내 인생에 중요한 인물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.

그렇게 많을 걸 버려가며 그들의 시선에 신경을 썼던 나를 돌아보니,

너무 어리석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내가 안쓰러웠다.




그래서 이제부터라도 그러지 않으려 한다.

이제부턴 내 감정에 솔직하게, 실컷 신나하고, 실컷 감동하고, 실컷 신기해 하련다!!!

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그러던 말던 신경도 안쓸것이고

혹시 나한테 생각없이 말 하나 툭 던진다 한들,

나도 신경 안쓰면 그만이니까.



(문제는 내가 세계 제일 소심왕)

(차근차근 변하면 되겠지...)

(어차피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댔음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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